배달의 기수, 강필중배달의 기수, 강필중

Posted at 2012/02/17 16:52 | Posted in 잡글들/소설
* 절필 전에, 마지막으로 완성한 거.


1.

  그 날은 유난히 일이 적어서, 택배기사 강필중씨는 평소보다 일찍 본래 담당 구역을 다 돌고 부탁받은 잔무에 착수할 수 있었다. 아내가 아프다며 조퇴한 동료기사 박씨가 담당하는 택배들이었다. 갑작스런 부탁에 터미널까지 돌아가서 상차까지 끝낸 짐들을 도로 옮겨 싣느라 대낮부터 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모른다. 그는 땀을 닦으며 무심코 핸드폰을 열고 첫 택배 수취인의 전화번호를 찍어 넣다가 자기도 모르게 동작을 멈췄다. 핸드폰 액정에 새겨진 번호의 모양새가 이상하게도 어디선가 많이 본 듯 눈에 익었던 것이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강필중씨는 머지않아 해답을 찾아냈는데, 그 해답이란 것이 전혀 엉뚱한 기억에서 튀어나왔기 때문에 자동차에 올라타는 일도 잊은 채 잠시 핸드폰만 들여다보며 트럭에 기대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6년 전에 헤어진 마지막 애인의 전화번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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