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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at 2012/01/14 23:04 | Posted in 유럽여행기/로마
로마 5일째. 더 가고픈 곳이 없었다.
이미 설명한것 같지만서두 다시 한번 당시 상황을 약술하자면,
아테네로 넘어가는 비행기 시간이 이 다음날 아침 6시 40분이었다.
탑승수속에 필요한 시간 계산하고 공항에서 헤맬 걸 고려하건대
로마 시내에서 1박을 하기는 아무래도 불안했다.
해서 이 날은 로마에서 하루를 더 보내고 대강 공항에서 노숙하기로 맘먹었더랬다. (간 큰 결정이로다)
헌데 더 가고픈 곳도 없고... 몸은 죽도록 피곤한 상황.
이왕이면 그냥 숙소에서 퍼져 지냈으면 좋으련만, 체크아웃 때가 되니 민박집 주인이 눈치를 준다;
천상 저녁시간때까지는 어디선가 시간을 떼워야 할 판이다. 참... 난감했다.
사실 여기가 런던이나 파리같았으면 시간 떼우는 일 따위는 걱정을 안했을텐데
로마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통에 한가함이라곤 없는 도시인지라...
일단은 돌아다니던 중에 스쳐간 유일한 공원,
스페인 계단과 포폴로 광장 인근에 있는 보르게제 공원으로 갔다.
포폴로 광장의 오벨리스크와 쌍둥이 성당.
사진에 별다른 의미는 없다...
공원을 휘적거렸다. 이 뒤쪽으로도 나름 볼거리가 있는 건 같았는데
사실 이 즈음에는 이탈리아의 모든 것에 질려있었던데다가
하필 다음 여행지인 그리스가 당장 망해버릴 것처럼 시끄러웠던 시절인지라,
내일 걱정에 눈앞에 뭐가 들어올 기분이 아니었다. 그저 얼척없이 가이드북만 들여다볼 뿐...
게다가 우리나라엔 그리스 여행관련 정보가 참 드문 편이다. 인터넷을 뒤져도 그렇고 가이드북도 영 시원찮다.
심지어 숙소 정보도 마땅치가 않아서 대충 아무 호스텔이나 잡아서 예약했는데
이게 제대로 된 곳인지도 의문스러웠고...
산토리니 및 로도스 섬을 들를 생각으로 페리 표까지 끊어놓은 상태였는데
이것도 제대로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섬 내부 정보? 완전 알 수 없었다;
얼핏 내가 대책없이 사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절대 그렇지가 않다.
나는 대책 없으면 불안해서 미쳐버리는 사람이다; 이 무렵이 거의 그런 패닉 상태였다.
더구나 이 당시 그리스 파업이 절정에 달했던지라
(특히 "대중교통 총파업" 소식은 실로 경악스러웠음. 난 다행히 비껴갔지만...)
아테네에 넘어가서도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게 되리란 보장이 없었고...
이런저런 고민 속에 한시간 가까이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
내가 왜 스페인을 안 가고 그리스로 갈까... 그 생각을 제일 많이 했던 듯.;
여기 경치는 몇 번을 보는 건지;
스페인 계단.
여길 거쳐서 팡테온까지 걸어갔다. 로마에선 거기가 제일 마음이 편했다.
팡테온 근방에서 점심도 먹고... 아, 3대 젤라또? 그것도 먹었다.
점심은 스트레스 받아서 아무데나 들어갔더니만, 파스타 한 접시가 18유로 (;)
나름 안가본 곳인 레푸불리카 광장까지 휘적휘적 걸어다녔는데 나름 지치더라.
로마 가이드북을 뒤지다보니 지하철 타고 조금 외곽으로 가면
로마시대 수도교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 있다고 했다. 석양질 때 가면 좋다고...
석양 질 때까지 가서 구경하기로 했다.
짜잔. 이게 좀 찾기 어렵다. 관광지가 아니라 그냥 공원인지라.
가까이 가고 싶었는데 울타리가 있고 기찻길이 지나가는 부근이라 불가능했다.
난 역광 구도가 좋다. 그래서 렌즈가 상하나;
멍- 하니 앉아서 해 지는 걸 구경했다.
근처엔 사람들도 많았다. 아파트 단지 근처였는데
애들은 모여서 공놀이 하고 아주머니는 개랑 같이 산책하고 할아버지는 조깅하고...
가이드북에는 "석양 무렵에 가면 작품사진을 건질 수도 있다" 고 했는데
별로 그런 기분은 아니었다. 음...
어쨌건 나름 로마의 상징물인 주제에 참 보기 힘든 수도교.
음... 이게 끝이다 (...)
모든 볼일이 끝나고도 시간은 7시 43분. 공항으로 가는 기차는 밤 12시까지도 있었다.
이미 공식적으로 체크아웃이 된 상태인지라 숙소에 자꾸 민폐끼치기 싫었는데...
밤중까지 돌아다닐 곳도 마땅치 않아서 철판깔고 밥시간에 들어가니 밥도 준다 (흐흐;;)
거기에 기차시간 남았다고 더 버팅기니까 와인에 스테이크까지 대접을! 이런 감사할 데가...
사실 로마에 머무는 내내 밤마다 술을 마셨는데 이 날 안주가 제일이었음.
밤 11시 57분에 공항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그리고 플랫폼에는 피렌체에서 헤어진 이후 다시 만나기로 했던... 솜양(;)과
솜양이 방금 만났다고 하는... 용군(;)이 있었다.
참 얼척없는 우연으로 만난 사람들인데, 전부 다음날 같은 비행기를 탄다 하고,
공항에서 노숙할 계획까지 똑같았다. 허허.
여행 막바지에 완전 반가운 원군을 만난 셈. 이후 나흘간 이 사람들이랑 함께 다니게 된다.
물론 다들 방금 만난 것치곤 처음 맞이한 사태부터 그다지 아름답지 못했다. 공항 노숙...
피우미치노 공항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숙 못할 건 아닌데, 왠만하면 하지 말자. 목 돌아간다...-.-;
더구나 나처럼 느지막히 가면 이미 잘만한 의자는 죄다 다른 노숙객들에게 점령된 후인지라
잘 자리와 적절한 자세를 찾아 헤매는 데에만 적잖은 시간을 소모하게 된다.
어쨌든 이리저리 뒤척거리다 다들 어찌어찌 밤을 보내긴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잠을 잔 기억이 없다. 나 은근히 예민한 사람이라... 짐 걱정도 되구.
비행기에서 가져온 무릎담요를 요 때 잘 써먹었다 ㅋㅋㅋㅋ
아침 다섯시 반에 공항을 둘러보니 크로와상 가게가 문을 열더라.
모닝커피와 초코 크로와상으로 아침을 떼우고 비행기에 탑승.
드디어 경제위기와 파업의 나라, 그리스에 입성!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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